괴짜교수가 말하는 "수학은 너무 즐거워"
주간조선 1998.12.15
모태준 경제과학부기자
존 알렌 파울로스, Once Upon a Number.
기사는 98년도 것이지만 나는 아마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성왕국의 비극"이 괜찮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우연히 이 기사가 떠올라서 적어둔다.
주간조선 1998.12.15
모태준 경제과학부기자
존 알렌 파울로스, Once Upon a Number.
기사는 98년도 것이지만 나는 아마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성왕국의 비극"이 괜찮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우연히 이 기사가 떠올라서 적어둔다.
여성왕국의 비극. 여성이 다스리는 아마조네스왕국에는 딱 50 쌍의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내들은 전지전능하고 힘이 강해, 자신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면 가차없이 그 자리에서 죽였다고 한다. 헌데 문제는 49명의 다른 여자 남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다 알 수 있는데, 유일하게 자기 남편의 비행에 대해서만은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남의 남자의 비리를 그 아내에게 얘기하지 않는 것이 철 칙. 이때문에 이 왕국은 서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사실, 이 왕국의 모든 남자들(50명 모두)은 각기 바람을피며, 재미를 보고 있었지만 정 보가 교류되지 않아 평화는 지속됐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동네 여부족장이 방문했다. 남자들의 비행에 화가 난 그녀는 "이 마을에는 적어도 1명의 남자 바람둥이가 있다"고 경고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여부족장의 폭로가 있은 후에도 49 일간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50일째 되는 날, 마을엔 대살륙이 일어났다. 모든 아내들이 일시에 자기 남편들을 죽였던 것.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우선 '실제로 마을에 바람둥이가 1명 밖에 없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이 바람둥이(A씨)의 부인은 여부족장의 폭 로가 있은 후 즉시 자기 남편이 범인임을 알게 된다. A씨 부인은 이미 모든 다른 남자들의 행실을 다 꿰뚫고 있었기 때문. 마을에 바람둥이 남자가 2명(A, B)이라면 어떻게 될까. 첫날엔 아 무 일도안 일어난다. '바람둥이는 1명'이라는 말에 A씨 부인은 속으로 "B가 죽겠구나"하고 생각하고는 남편(A)을 의심하지 않는다. B씨 부인 은 거꾸로이다. 이때문에 A와 B는 하루를 무사히 넘긴다. 그런데 다음 날 B가 살아 있는 것을 본 A씨 부인은 "나머지 남자들은 다 문제가 없 고 B와 우리 남편만 문제인데, B의 부인이 B를 죽이지 않았다는 건 결 국 우리 남편이 문제라는 얘기"라는 추론을 하게 되고, 또 B의 부인도 똑같은 추론 끝에 A와 B는 2일째 죽임을 당하게 된다. 바람둥이 숫자가 3명, 4명… 늘어 50명이 되도 마찬가지. 50명의 부인들은 48번째 날까지 자기가 알고있는 바람둥이들의 소행으로만 생 각하고 안심한다. 그런데 막상 49일째 날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 는다면. 결국 자신들의 남편도 다른 아내들로부터 불륜으로 찍혀 있다 는 의미임을 깨닫고는 대살륙으로 가게된다.
파울로스 교수는 바람둥이 남자들 이야기가 아시아 외환위기 가 갑자기 한꺼번에 터진 일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아시아 각 국에 투자한 외국의 자본가들은 남편의 불륜을 알고 있던 아내들처럼, 아시아 경제의 문제와 취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 투자국 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누군가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기까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 지 않았다가, (아내들이 자기 남편의 불륜을 확인하는데 걸린 시간처 럼 시간 차이를 두고) 어느 순간 일시에 자금을 빼내가면서 아시아 경 제를 마비시켰다는 것. 그리고 이같은 파국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수상이 서방의 핫머니를 강력히 비난한 것이 계기 가 됐다는 것이 파울로스의 주장이다.